Blog

Miniature 앨범 소개글 (BY.황민우 작가님)

by 초콜릿파우더

Image

 

* 지형도 바깥의 음악 세계, 그 안의 가능성

- 헬로윈이 남기고 간 유산은 멜로딕 파워 메틀만이 아니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독일 밴드 헬로윈을 가장 환영했던 사람들은 일본 음악 팬들이었다.
그들은 메틀의 과격한 사운드보다는 각 파트의 하모나이즈가 만들어내는 아름다운 멜로디에 매료됐으며, 이 위대한 유산은 불세출의 밴드 X를 통해 일본의 모든 밴드 뮤직 문화에 골고루 스며들어갔다. 그리고 프론트 보컬의 힘을 메인으로 짜여진 이 독특한 포맷은 ‘주인공 캐릭터’를 앞세운 일본 애니메이션 음악에 결정적인 영향을 주었으며, 일본 애니메이션 팝에 풍부한 영감을 주고 있다. 현재 일본의 애니메이션 OST를 맡고 있는 인디밴드들은 이 유산의 직간접적인 수혜자라고 할 수 있다. 

초콜릿파우더의 음악 성분은 바로 이런 젊은 세대의 애니메이션 문화와 직결돼있다. 캐릭터를 중심으로 움직이는 ‘동인 만화’와 ‘인디 게임’, 그리고 ‘독립 애니메이션’ 문화의 토양에서 자생한 이들 사운드는 헬로윈이 뿌리내린 밴드 뮤직의 풍부한 하모나이즈와 유니즌을 통한 팝적인 멜로디 창출 방법과 밀접하게 닿아있다. 그리고 그 결과물은 모던록에 익숙한 리스너들에게는 기타-신스 팝처럼 들릴지라도 많은 부분에서 차이점을 보인다. 


- 캐릭터가 들려주는 ‘팝튠 사운드’
애니메이션 팝이 가지고 있는 가장 큰 특징은 이야기가 있다는 것이다. 즉, ‘캐릭터’가 존재한다. 애니메이션 팝에서 표현되어야 할 것은 캐릭터의 이야기이며, 캐릭터는 보컬의 노랫말과 직결된다. 초콜릿파우더의 데뷔앨범 <Miniature>의 모든 곡은 이런 만화적인 상황에 놓인 한 소녀의 이야기를 따라 진행된다. 성우의 발성법과 호흡법에 기반을 둔 성아의 보컬은 흡사 만화 캐릭터의 대사 같은 톤 컬러를 시종일관 유지하고 있으며, 이것은 노래를 부른다는 퍼포먼스를 넘어서 ‘캐릭터를 연기한다’는 대전제가 깔려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스케일은 오페라처럼 장엄한 스케일이 아니라 소극장에서 벌어지는 아기자기하고 꽉찬 무대에 가깝다. 구조적으로 애니메이션 팝은 1:30이라는 러닝타임 안에서 표현할 것이 전제되며, 이 시간적 제약은 A-A’-B-Verse라는 지극히 심플한 팝음악의 공식을 요구한다. 이는 대중음악이 가진 기본 골격이다. 그리고 이 골격은 애니메이션 문화 기반인 초콜릿파우더의 음악적 외형과 무관하지 않다. <Miniature>의 모든 곡은 인디밴드라고 보기에는 팝 뮤직이 가지고 있는 정석 코스를 하나하나 밟아나간다. 애니메이션 사운드가 지향하는 방향은 본질적으로 가장 대중적인 사운드를 품을 수 있는 팝튠을 전제로 하기 때문이다. 


- 기타-신스팝과 상당히 비슷한, 하지만 대단히 다른
초콜릿파우더의 음악은 앨범 커버의 회전목마와 마찬가지로 작고 만화적인 무대 위에서 펼쳐지는 하나의 연기에 가깝다. 그리고 나머지 사운드들은 이를 보좌하는 뮤지컬 무대와 같은 환경을 만드는 데에 주력한다. 따라서 전체적인 멜로디 라이닝에서 보컬이 주인공을 맡고 있으며, 나머지 파트들은 환경 설정에 충실하다. 드럼과 베이스의 공동 무대 설치, 이 무대 위에서 배경을 만들고 분위기를 끌고 가는 신디 사운드, 그리고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무대 앞으로 뛰쳐나가는 보컬. 이는 아기자기하지만 꽉 찬 초콜릿파우더의 음악 컬러를 뚜렷하게 보여주고 있다. 

이렇게 꽉 찬 사운드를 담아내고 있지만, <Miniature>의 곡들은 복잡하거나 어렵지 않다. 여기서 빛을 발하는 것이 바로 애니메이션 팝이 물려받은 헬로윈의 유산이다. 헬로윈은 각 파트의 유기적 하모니를 통해 짜여진 ‘하나의 화음’으로서 <Keeper of 7 keys>라는 명반을 제시했고, 악곡 위에서의 각 파트는 처지거나 나서지 않고도 하모니를 유지하는 방법으로서. 드럼과 보컬의 연결고리이자 제3기타의 역할을 임시로 맡을 수 있는 베이스 라인의 역할을 고안했다. 그리고 그 축을 중심으로 사운드를 하나하나 정돈해나갈 수 있음을 증명했다. 사운드 중개자로서 베이스 기타의 중요성은 초콜릿파우더 음악 곳곳에도 묻어있는데, 모든 파트가 유니즌과 하모나이즈를 번갈아 진행하는 <<Intro>>와 <<거리를 걸으며>>에서의 베이스 역할은 초콜릿파우더의 음악 성분이 애니메이션 팝이 갖춰야할 스탠다드 포지션을 명확하게 취득했음을 입증하는 곡이다. 이 두 곡에서는 베이스 기타가 악곡의 핵으로 물려 있다. 베이스는 모든 곡이 라인을 주도하기도 하고, 자신만의 라인을 만들기도 하면서 곡 전체를 리드하고 있다. 요컨대 곡들의 음악감독이 베이스가 된 셈이다. 이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또 하나의 트랙이 <<바람의 속삭일 때>>이다. 여기서는 처음부터 베이스가 주인공으로 모티브를 제시하면, 모든 파트가 이 룰을 따라서 악곡을 끝까지 변주하며 진행하고 있다. 이 곡은 리듬 파트가 악곡 전체를 휘감고 있어서, 오히려 보컬조차 한발 물러서서 사운드의 휘장 속에 파묻혀 즐기는 분위기를 가진다. 이런 베이스의 중추적 역할은 아마도 베이시스트인 리더 NORi의 영향이 클 것이다.

베이스가 중심에 버티고 있고 있기 때문에 <Miniature>는 리듬 파트가 강조되는 곡이 많다. 2박자 행진곡 풍의 리듬이 캐릭터까지 이끌고 있는 <<Orz>>에서는 유니즌과 하모나이즈의 묶고 풀어주기를 통해 악곡을 정돈하고 있으며, 업템포 리듬이 만든 무대를 모두 캐릭터의 스포트라이트로 환산해 놓은 <<Pink spark!>>도 그 좋은 예다.
그렇다고 베이스가 모든 역할을 하는 것도 아닌데, 곡들이 보여주는 캐릭터에 따라서 각 파트는 중심의 역할을 조금씩 옮겨가는 플래툰 현상이 목격되기도 한다. 여기서 재미있는 것은 신디 사운드로, 초콜릿파우더의 신디 사운드들은 특정한 무대 분위기 묘사에 주력하고 있다. <<레모네이드>>의 경우, 동화풍 파스텔톤을 표현하기 위해 많은 공을 들이고 있으며, 그 신디 사운드의 무드 위에서 캐릭터가 자기의 이야기를 풀고 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드럼과 베이스가 꾸며내는 리듬이 주 무대가 되며, 스포트라이트를 주는 무드메이커는 신디 사운드, 곡의 주인공이 보컬이라는 점은 크게 바뀌지 않는다.

베이스가 잡아놓은 멜로디의 중심축, 팝튠적인 심플한 악곡, 아기자기하지만 꽉 짜여진 하모나이즈, 캐릭터가 전면에 나와서 스포트를 받는 보컬이 집약된 트랙이 바로 <<너에게>>와 <<유성우>>다. 이 두 곡에서, 베이스라인을 귀의 중심에 두고 그 위 하나하나 얹혀지는 사운드의 흐름을 쫓아가다보면, 자연스럽게 보컬과 건반으로 감상의 영역이 옮겨간다. 이 곡들은 ‘다양하고 풍성한 사운드 + 미니멀한 록 밴드 포맷’이 가질 수 있는 하모나이즈의 최대공약수를 무리없이 산출해내고 있다.

타이틀곡 <<Miniature>>에 이르면 이들이 연기하는 무대가 좀더 넓어진다. 이 곡은 초콜릿파우더의 음악적 특성 위에서 1990년대에 황금기를 맞이했던 K팝의 감성을 재해석한다. 이 곡을 통해서 인디 밴드, 애니메이션 팝의 영역을 넘어가서 ‘가요’에 진입하는 초콜릿파우더의  스타일을 읽을 수 있다. 

마지막곡  <<꿈에 담긴 이야기>>에서, 초콜릿파우더는 ‘밴드 뮤직’이라는 본직에 충실하게 돌아간다. 이 곡은 모든 파트가 주인공이 되는 이야기로, 무드메이커로서의 ‘신디 사운드’는 지극히 절제돼있으며, 특수하게 리드기타가 강력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전체적으로 밴드 포맷으로 모든 멤버가 목소리를 내고 있는 유일한 싱글이다. 밴드로서의 초콜릿파우더 본연의 모습을 가장 잘 볼 수 있는 트랙이라 할 수 있다.


- 지형도 바깥의 음악 세계, 그 안의 가능성
지금까지 국내의 대중음악은 공중파 음악과 언더그라운드 클럽 씬을 중심으로 짜여진 계보 위에서 음악의 흐름을 바라보고 있었다. 하지만, 그 시선으로는 조명될 수 없는 음악들이 분명 존재했다. 영화의 목적으로 만들어진 OST, 플레이를 중심으로 구성된 게임음악, 드라마CD... 애니메이션 음악도 그 중 하나였다. 그리고 그곳에 속한 작은 가지에서 초콜릿파우더라는 밴드가 등장했고, 그 결과물이 <MINIATURE>다.
이 앨범은 분명 밴드 뮤직이라 할 수 있지만, 리드 기타의 힘이 두드러지지 않는다. 그리고 인디밴드 음악에 비해서 팝적인 지향성이 강하다. 그렇다고 공중파 음악으로 보기에는 특수하고 유니크한 점이 많다. 하지만 이들이 수행하는 음악적 성과들이 특수하다고 해서 음악적 감상에 방해가 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국내의 어떤 앨범에서도 감상하기 어려운 만화적 즐거움을 제공해주고 있다. 그러나 이런 음악에 대한 조명은 한 번도 이루어진 적이 없다. 
초콜릿파우더의 <Miniature>는 아마도 하나의 징후, 혹은 현상일 것이다. 메인스트림 음악과 인디음악으로 양분하는 이분법이 얼마나 큰 오류에 빠져있고, 그 바깥에 우리가 모르는 대중음악에, 수많은 제3의 루트가 산재해있음을 증명해주는.

 

***

황민우 작가님이 써주신 Miniature 소개글 입니다.
길이상 포털에는 요약버젼으로 소개되었지만 풀버젼을 홈페이지에 공개합니다!

댓글: 1

  • Profile Image
    RETI / KiriS(rentapix) 2014-08-06 19:01:50

    우체국 봉사한다고 우편물 분류하다가 본 이름이랑 같네요 ㅋㅋ 제목에 써져 계신 분.. 동명이인이겠죠 ?

댓글을 남기려면 로그인이 필요합니다.